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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19 23:42
[생존배낭] 생존배낭, 싸두셨나요? [스압] [기사]
 글쓴이 : 안가대
조회 : 13  
#1
경주 지진 후 배낭 관심 급증
북한 핵실험으로 위기감 고조

막연한 공포ㆍ불안 지우려면

재난 대비 필수용품 준비를

#2

생수 등 챙기면 72시간 버텨

비상식량은 유통기한 주기적 확인

방독면 제외 10만원 내 구입 가능

가족연락처ㆍ지도 인쇄해 둬야

#3

지진은 밖으로 핵은 지하로

화학무기는 위로 대피해야

민방위 음성 안내 종류로 구분

“평소 상식이 찰나의 생사 가른다”




전쟁, 지진, 태풍, 전염병, 폭발, 블랙아웃…. 재난은 도처에서 불쑥 현실이 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도발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하면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핵 폭발 등 각종 대형 재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생각할수록 불안해지는 이런 생각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방법일까. ‘어차피 다 죽어’라며 체념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막연한 공포와 불안을 지워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차분히 비상용품을 하나씩 챙겨 생존배낭을 싸두는 것이다.

내일 당장 종말이 올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손을 떨며 사재기를 하거나,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도 없다. 배낭에 하나씩 물품을 넣을 때마다 나의 생존 가능성을 2배로 키웠다고 뿌듯해하며 웃으면 된다.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 재난대비자가 되자. 전장에서도, 핵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은 늘 있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생존의지만 있다면.

부산에 살고 있는 30대 주부 김윤경(가명)씨는 최근 배낭 짐을 쌌다.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당시 집이 흔들려 크게 불안했던 경험을 한 데다 북한 도발이 계속되면서 두 살짜리 아이를 포함한 가족의 안전이 늘 걱정됐던 탓이다. 김씨가 사는 곳이 40층이 넘는 아파트 초고층이라는 점도 공포를 더했다. “지진 당시 집이 크게 흔들렸는데, (유사 시에) 아기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항상 재난에 대한 불안이 있어요.”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판매되는 생존 품목, 일본 정부가 안내하는 물품 목록을 참고했다. “아무래도 방재에 철저한 국가니까요. 배낭을 꾸리다 보니 짐이 너무 많아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아기를 생각해서 결국 아이용 헬멧과 액상분유, 해열제 등도 추가했어요.”

수도권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임창숙(57)씨는 생존배낭을 꾸리고 가족 수대로 방독면과 비상약, 의료용품 등을 구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니 이제는 정말 실용적인 대비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부모님이 6ㆍ25 전쟁 때 비누를 가지고 집을 떠난 덕에 피난민 빨래를 해주며 음식을 얻었다는 말을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거든요.”

전쟁이나 재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과거와는 여건이 달라졌지만, 자신과 가족을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절감한 것은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다. “처음으로 ‘모든 걸 알아서 해줄 줄 알았던 정부가 저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배에는 법으로 정한 구명조끼라도 있지만, 집엔 아무것도 없잖아요. 어떤 재난이든 집에서 일정기간을 버텨야 한다면 가장 절실한 게 식수라고 해서, 평소보다 넉넉하게 생수를 사 놓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당장 아들부터 ‘엄마, 쓸데 없는 준비 그만해’라고 핀잔을 줬지만,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공부를 하기 시작하니 그의 눈에는 태평한 이웃들이 되레 이상했다. “우리가 일본 정부나 국민보다도, 그들의 10분의 1만큼도 경계심이 없는 것 같아요.” 최악의 사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거나, 정치적 선동이나 공포 조성에 속는 것이라고만 보는 태도를 임씨는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히 이제 뉴스를 봐도 덜 불안해요. 나는 그래도 조금씩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이런 준비는 돼 있어’라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일상에서의 최소한의 안심, 그걸 위해 하는 거에요.”

미국, 일본 등에서 싸 온 생존배낭은 각종 자연재난, 사회재난에 대비한 가정용 비상 반출 가방을 말한다. 우리 정부도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을 통해 가족구성원 숫자만큼 가방을 준비해두고, 대피 시 이를 각자 들고 움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 @ hankookilbo . com
지금 시작하는 최소한의 준비


국내에서 생존배낭, 즉 가정용 비상반출가방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경주 지진이다. 북한의 도발 등 전쟁 위기를 수십 년간 겪었지만 오히려 일상적 노출은 경각심을 둔하게 깎아버렸고, 정치적인 반공교육과 매카시즘적 이념몰이의 역사 탓에 오히려 위기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일이 흔했던 한반도에서 실제로 비상용품을 내 손으로 구비하는 움직임은 드문 일이었다. 최악의 비상 사태에서도 나만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생존주의’는 북핵부터 생활용품의 화학물질까지 각종 재난에 대한 합리적 공포를 타고 그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 생존주의 기류를 상징하는 준비물이 바로 생존배낭이다. 자연재난에 철저히 대비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생존가방을 구비해 두는 것이 꽤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런 나라에서 상품화한 20만~30만원짜리 생존배낭을 패키지로 직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직접 하나씩 마련하는 것이 비용과 효용에서 모두 훨씬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승엽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장은 “(수입 배낭의 경우) 주머니칼 등 국내 1,000원숍이나 대형 마트에서 싼 값에 살 수 있는 비상용품도 지나치게 고가의 전문가용인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비상식량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3만~5만원 수준의 방독면 정도만 빼면 나머지 물품은 10만원 안쪽에서 해결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국민재난안전포털( www . safekorea . go . kr ) 역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반드시 비상용 백( Go Bag )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챙겨야 할 물품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가족구성원 숫자만큼 가방을 준비해두고, 대피 시 이를 각자 들고 움직이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권고하는 비상용 배낭의 내용물은 물, 비상식량, 손전등, 라디오, 배터리, 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 호루라기, 비상의류, 속옷, 병따개, 화장지, 수건, 귀중품(현금/보험증서), 안경 등 생활용품, 생리용품 등이다. 귀중품 및 중요한 서류는 방수가 되는 비닐에 보관하고, 여분의 자동차 키와 집 열쇠 세트나 신용카드, 현금카드 및 현금, 편안한 신발과 가벼운 우비, 얇은 담요, 보온력이 좋은 옷 등도 함께 챙겨놓도록 안내한다. 잘 외우지 못하는 가족연락처, 당황해서 생각 안 나는 행동요령, 지도도 프린트 두면 요긴하다. 집 밖에서 일정기간 대피할 상황을 가정하면 나침반, 야광봉, 마스크, 방독면, 상처치료ㆍ수건용 부직포타월, 바람막이 재킷 등을 추가해야 한다. 통상 한 사람이 대피소, 거리 등에서 72시간 버티는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는 큰 재해가 발생해 전기 통신 교통 등 인프라가 차단되거나 행정기관이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시간이 이 정도라는 것이다.


가족 함께 식량 교체하며 환기


생존물품 중에서 가장 핵심은 생수와 열량 높은 비상식량이다. 비상식량 하면 흔히 라면을 떠올리지만 지하 대피소 등에서 취사를 하기는 어렵고, 유통기한도 수 개월로 짧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초콜릿, 초코과자, 에너지바, 포도당 사탕, 캔뚜껑을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각종 통조림 등이 좋다. 군용 식량도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 식량에서 중요한 것은 유통기한인데, 참치캔 등 통조림은 수년간 보관할 수 있지만, 초콜릿과 과자 역시 유통기한이 수개월에 불과하다. 주기적으로 먹어 없애고 새 것을 채워넣어야 한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미 하와이 태평양방재센터에서는 대피소의 비상식품을 3개월마다 먹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파티를 연다”며 “가정에서도 3~4개월에 한 번씩 준비해 둔 식량을 먹고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이를 계기로 자녀들과 배낭을 메고 계단을 내려가거나 대피소까지 가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과 비상식량 외에 라디오, 손전등, 호루라기, 보온모자, 마스크 등 6~7가지는 빼놓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생존 물품들이다. 휴대폰에 라디오 수신기가 포함되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는, 휴대폰 기능이 마비될 상황을 가정해 정부 지침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라디오를 꼭 준비해야 한다. 먼지나 가스가 많은 지하공간에서 구조를 요청할 경우 소리를 지르며 오염물질을 들이키는 것보다는 호루라기를 불거나, 손에 잡히는 파이프 등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인 만큼 호루라기도 가방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개인 상황에 따라 필요 물품 구비


가족 중 영유아가 있는 경우 스틱 타입의 분유, 물티슈, 기저귀 등을, 노인이 있는 경우 상비약 등을 별도로 챙겨 넣는 것도 중요하다. 또 직장이나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휴대용이나 직장용 미니배낭이 유용하다. 물, 사탕, 라디오, 마스크, 손전등 정도만 챙겨도 큰 위안이 된다.

72시간을 넘어 장기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령 핵 공격에 대비하려면 생존배낭이 아닌, 2주 생존을 위한 가정용 비상물자 상자를 준비해야 한다. 통상 핵 폭발 후 14일이 지나야 방사능 수치가 1,0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지상을 오가는 정도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성인 한 사람에게 필요한 식수가 하루 2ℓ인 것을 감안하면 물만 해도 28ℓ나 되는 짐을 배낭에 넣어 대피소로 가기는 어렵다. 깊은 지하실이 딸려있는 주택 거주자라면 지하실에 2주치 물과 식량 등을 쟁여둘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을 대부분의 시민들을 고려하면 정부와 지자체, 아파트 주민회 등이 대피소, 아파트와 주요 건물 지하주차장 등에 2주치 물, 식량, 담요 등을 구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족 연락 등 대피 계획도 세워야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과제가 떠오른다. ‘어디로 피할 것이냐’다. 대피소에 대해선 미리 정보를 숙지하고, 전략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재난의 유형에 따라 대처요령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을 보면 태풍, 지진, 폭발, 화재, 공습, 핵 폭발, 화학무기 공격 등 재난의 종류에 따라 그 대처 방법과 유의사항이 모두 다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자도 없다. 이래서 생존주의가 번성한다. 이를테면 행안부 지침은 “지진 경보가 울릴 때는 공원과 운동장으로 대피하지만, 핵 공격 경보가 울릴 때는 대피소 등 큰 건물 지하로 대피한다. 가급적 지하 3층(15m) 이하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불가능할 때는 열을 피할 수 있는 콘크리트 벽 뒤로 피해야 한다. 반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알리는 경보가 울릴 때는 2층 이상의 고지대에 머물러야 한다. 경보가 핵 공격과 화학무기 공격 중 어느 것인지는 민방위 음성안내로 구분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제 가족들에게 암기토록 하자. 지진은 밖으로, 핵은 지하로, 화학무기는 위로 피한다. 현재의 위기가 어떤 유형인지는 정부의 안내에 의지해야 한다.

가족이 직장과 학교 등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재난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통은 마비되고 통신도 끊겼다면. 이럴 경우를 대비해 각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돈된 뒤에 어디에서 만날 것인지 1차, 2차 집합소를 정해두거나 연락방법을 결정해 두는 것이 좋다. 휴대폰을 쓸 수 없을 경우 서로의 SNS 계정에 글을 남기기로 한다거나, 제3의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에게 연락해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식량 담당, 중요 서류 담당 등 역할을 정해두는 것도 좋다.


지하 대피소 직접 짓는 사람들


경보 시스템이나 민방공 대피소에 대한 불신이 커 개인 주택의 지하실에 대피시설을 직접 구축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사업가 A씨는 최근 서울 모처에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주택 공사를 진행하며 지하에 82.6㎡(25평) 규모의 안전대피시설을 마련 중이다. 핵 폭탄 공격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 시내는 당연히 영향권 안에 든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별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주변에 마땅히 대피할 공간도 없고, 아이들 안전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만의 하나 경우에 대비해 두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하 2층이지만 깊이가 깊고, 여기에 공기정화시설을 갖췄어요. 이사가 마무리되면 식수, 음식 등도 준비하면 좋겠죠.”

한 재난 관련 전문가는 “몇 개월 전 지인들 모임이 경기 지역에 1,000명이 수용 가능한 대피시설을 짓고 있으니 컨설팅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설을 둘러 보고 왔다”며 “환기시설, 식수 등을 갖출 수 있게 해 낙진, 방사능 등 핵 공격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곳으로, 민방위 대피소보다 훨씬 준비가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잘 갖춰진 대피시설을 민간이 자발적으로 건설하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비가 불가능한 시민이라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만반의 준비야 해두면 좋겠으나 집이나 대피시설 근처에 있을 때 재난이 닥치리란 보장이 없고, 대피시설로 이동하는 것이 더 위험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조원철 명예교수는 “평소 관련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진짜 긴급재난 상황에서는 슈퍼에서 주는 검정 비닐봉지 한 장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조언”이라며 “유해가스, 분진 등을 피해 이동해야 할 때 봉투로 입과 코만 막아도 약 4분 더 호흡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지만, 국민들도 ‘어차피 소용 없어’라고 할 게 아니죠. 라디오나 비닐봉투처럼 평소 간과했지만 소지만 하고 있으면 결정적으로 유용한 비상물품 등을 챙겨두고, 상식을 익혀두는 생활 태도가 찰나의 순간에 생사를 가를 수 있습니다. 대단한 호들갑은 아니잖아요. 당장 가방에 비닐봉투라도 하나씩 넣어두고, 아이들 손잡고 대피소 걸어가 보고, 아파트 지하실의 거미줄부터 걷어내 보세요. 마을 반상회를 대피소에서 해보는 건 어떠세요.”

김혜영 기자 shine @ hankookilbo . com

박상준 기자 buttonpr @ hankookilbo .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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